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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몸은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기본적인 매개체다.
모리스 메를로-퐁티 (1945)

2026 아트코리아랩 AI 융합 페스티벌:〈SENSE THE M.O.M.: AI 시대, 몸의 감각을 다시 묻다>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불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이 사람만의 것으로 여겨져 온 지적 작업의 상당 부분을 해내게 되면서, 우리는 무엇이 사람의 능력인지 다시 묻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지금까지 주로 화면 안에서 일어났지만, 이제 AI는 로봇과 결합해 화면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를 직접 보고 듣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AI, 곧 ‘피지컬 AI’입니다.

기계에게 이 일을 가르치려 할 때에야, 우리는 사람의 몸이 지닌 능력이 얼마나 정교한지 알게 됩니다. 공학이 몸의 움직임을 기계로 재현하려 해 왔다면, 예술은 몸이 무엇을 감각하고 무엇을 기억하는지를 탐구해 왔습니다. 몸이 기억한다는 것은 머릿속에 보관해 둔 기록을 꺼내는 일이라기보다, 지금 보고 듣는 것을바탕으로 과거를 다시 구성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몸이 무언가를 감각하는 순간은 기억이 다시 구성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몸의 감각으로 세계를 만나고, 몸은 들어오는 자극을 하나의 경험(one experience)으로 받아들이며 과거와 미래를 조우합니다.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 ‘Sense the M.O.M.’은 바로 이 순간을 담은 말입니다.

M.O.M., 곧 ‘순간이 기억을 연다(Moment Opens Memory)’를 통해 감각하고 기억하는 인간의 몸이란 무엇인지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재고하게 하는 시대에, 이 질문만큼은 머리가 아닌 몸에서 출발하기를 바랍니다.

KAIST 아트앤테크놀로지센터 센터장,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2026 아트코리아랩 AI-융합 페스티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진준

이진준 교수 사진